🧪 “유리는 액체다?” – 중세 유리창에서 시작된 오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지도 모릅니다.
“유리는 사실 고체가 아니라, 아주 느리게 흐르는 액체다”라는 이야기요.
특히 중세 유럽의 유리창을 예로 들며,
“오래된 건물의 유리창을 보면 아래쪽이 두꺼운데,
이건 시간이 지나면서 유리가 흘러내렸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곤 하죠 🤔
과학 시간이나 퀴즈 프로그램, 심지어 몇몇 다큐멘터리에서도
이런 식으로 소개된 적이 있어서 많은 분들이 사실로 믿고 계신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유리가 흐르는 액체라면,
지금 우리 창문도 몇 년 후엔 흘러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오늘은 유리가 고체인지, 액체인지에 대한 오래된 논쟁을
물리학과 재료과학 관점에서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 유리의 정체는? 고체도 액체도 아닌 '비정질 고체'
먼저 과학적으로 유리의 정확한 상태부터 살펴볼게요 🔍
▶ 고체 vs 액체, 유리는 어디에 속할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물질의 세 가지 상태,
즉 고체, 액체, 기체로 나눌 때, 유리는 얼핏 보기엔 ‘고체’처럼 보입니다.
- 단단하고
- 형태가 유지되고
- 쉽게 흐르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분자 구조를 들여다보면 조금 다릅니다.
유리는 결정 구조(crystalline structure)를 가지지 않은 고체입니다.
▶ 유리는 '비결정질 고체' 또는 '비정질 고체 (Amorphous solid)'
유리를 확대해보면, 분자들이 액체처럼 불규칙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결정질 고체는 (예: 소금, 얼음 등) 분자들이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으로 배열되는데,
유리는 그렇지 않고, 액체처럼 마구잡이로 배열되어 있다는 점에서 ‘액체 같다’는 인상을 주죠.
하지만 분자가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유리를 "비정질 고체"라고 부릅니다.
즉, 외형과 특성은 고체지만, 내부 구조는 액체와 닮아 있는 독특한 상태라는 뜻이에요 😊
🏰 중세 유리창이 흐른 이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렇다면 ‘오래된 유리창 아래쪽이 더 두껍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 현상이 실제로 관찰되긴 했지만, 원인은 유리가 흘러내려서가 아닙니다.
▶ 중세 기술의 한계: 당시 유리 제작 방식
중세 유럽에서 유리는 대부분 회전식 원판(크라운 글래스 방식)이나
실린더 방식으로 수작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 유리 원반을 회전시키거나
- 유리관을 불어서 펴는 방식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완전히 균일한 두께로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유리판은 어느 쪽이든 두께 차이가 있었고,
건축 시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두꺼운 쪽을 아래로 설치한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즉, 유리가 흐른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제작된 형태 그대로인 것이에요 😄
▶ 현대 유리는 왜 변형이 없을까?
오늘날 사용하는 유리는 플로트 공법을 통해 완전히 균일한 두께로 제작됩니다.
액체 상태의 유리를 녹은 주석 위에 띄워 펴는 방식이라서,
두께가 일정하고 매끄러운 표면을 갖게 되죠.
그래서 수백 년이 지나도 아래가 두꺼워질 일은 없습니다.
유리가 흐른다면, 현대 고층빌딩의 유리창도 모두 아래로 쏠려야겠죠? 😅
🧊 유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 시간에 따른 흐름은 NO!
유리가 정말로 ‘아주 느리게 흐르는 액체’라면,
이 흐름을 수백 년간의 시간을 두고 관찰하거나
물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다양한 실험과 관측을 해본 결과,
수천 년이 지나도 유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 1998년, '과학적 흐름 없음' 공식 발표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수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다양한 유리 제품을 비교 분석한 결과,
유리가 시간에 따라 흐른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유리의 점도는 상온에서 10^20 푸아즈(단위)에 달할 정도로 높아서,
이 속도라면 유리가 1mm 흘러내리려면 수조 년이 걸린다고 하네요 😮
▶ 유리보다 진짜 '느리게 흐르는 액체'도 있다?
참고로, 과학자들이 진짜 느린 액체 흐름을 연구하기 위해
‘피치 방울 실험(Pitch Drop Experiment)’이라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실험은 1927년부터 진행 중이며,
피치(아스팔트 같은 물질)가 약 9~13년에 한 번씩 한 방울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유리는 이보다도 수백만 배 이상 더 점도가 높은 상태입니다.
✨ 결론: 유리는 흐르지 않는 고체입니다!
이제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정리해볼까요? 😊
유리는 내부 구조는 액체처럼 불규칙하지만,
외형과 성질은 단단하고 고정된 ‘고체’입니다.
과학적으로는 '비정질 고체(amorphous solid)'로 분류되며,
상온에서의 흐름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세 유리창의 두께 차이는 흐름 때문이 아니라 제작 기술의 차이였고,
지금까지 유리는 단단하게 우리 창문을 지켜주고 있답니다.
오래된 속설 하나가 이렇게 물리학적으로 깔끔히 반박되니,
유리처럼 투명하게 느껴지시지 않으신가요? 😄✨
다음에는 또 어떤 ‘잘못 배운 상식’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할까요?
믿고 있던 과학 상식 속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팩트체크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다음 편도 꼭 기대해주세요! 🔍💡